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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시간여행자의 이웃

 

《시간여행자의 이웃》:CoC 시나리오

Neighbor of Time Traveler


배경: 한 아파트
추천 기능: 지능, 관찰력
플레이어 난이도: 下
키퍼 난이도: 中
로스트 가능성: 有
예상 시간: RP에 따라 유동적
추천 관계: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호감을 가진 관계

백스토리만 설정돼 있다면 연인 AU로 즐겨도 충분합니다.


이 시간 안에서 나와 함께해요

 

시간여행자의 이웃.png
1.80MB



▒ 개요


지어진 지 몇십 년은 된, 낡지만 꽤 그럴 듯한 이 복도식 A아파트로 당신이 이사온 지도 1년이 되었습니다. 잘 적응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친절한 옆집 이웃인 KPC 덕분에 이곳에서의 적응은 꽤 순탄했죠. 그와 함께 영화관을 가고, 맛있는 요리가 가득한 가게들을 섭렵하고, 커피향이 좋은 카페를 알아내고…… 그에게 호감을 느끼며 사귄 지 열흘이 된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데이트 후 각자의 집문을 열고 귀가하던 날, 그가 전등이 깜빡이는 아파트 복도에서 당신의 손목에 커플 시계를 채워주며 고백한 것조차 그 당연한 일에 포함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제 고백할 용기가 생겨요.
앞으로의 당신의 시간도, 제게 주세요.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으로 시계의 시간을 맞췄던 것이 화근이었을까요. KPC와 사귀게 된 지 단 열흘 만에, 그 시계를 이용해 당신은 미래로 오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여전히 옆집엔 당신의 이웃이 살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요.

……우리, 원래의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 안내 및 주의사항


0. 해당 시나리오는 COC 1:1 타이만 시나리오입니다. 시나리오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 자유로운 개변 / 창조 엔딩 등을 허용합니다.
1. 해당 시나리오는 아래 모든 상황을 금지합니다.

① 해당 시나리오를 과도하게 포장하는 행위 

② 모든 계정에서의 스포일러 언급

③ 세션카드 커미션 제외, 해당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금전이 오가는 행위 (예시: 키퍼링 커미션) 

지인에게 작은 성의 표시(기프티콘) 가능

④ 룰북 미소지 키퍼링

⑤ 시나리오 본문 무단 전재, 개변한 시나리오 재배포 등

2. 세션카드 커미션과 굿즈 커미션을 허용합니다. 세션카드의 경우 라이터의 닉네임 낙원의 개 (@dog0fdeath)를 반드시 기입해야 하며 개요에 드러나는 대사와 문구 외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 문구 기입을 금합니다.
3. 크툴루의 부름 7판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신화생물 및 주문을 자체적으로 해석하거나 변용, 창작한 부분이 있습니다. 불편을 느끼신다면 플레이를 재고해주세요.
4. 시나리오 비하 발언에 대한 제보 받지 않습니다.
5. 약칭은 시간이웃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진상을 포함 스포일러가 기입되어 있습니다. 키퍼링 예정이 있으신 분들만 열람해주세요.













▒ 진상


이 이야기에는 두 개의 시간선이 존재합니다. 바로 탐사자 기준의 현재와 미래입니다. 진상 부분에서 현재의 KPC는 KPC1, 미래의 KPC는 KPC2로 표기합니다.



이 시계의 주인은 모두 시간 여행자가 된다



아주 옛날 일입니다. 시간을 관장한다는 요그소토스를 숭배하고 그 모독적인 신을 마주하고 싶어하던 집단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갖은 수를 써서 신에게 도달하고자 했고 결국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힘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요그소토스를 숭배하는 집단 속, 몇몇의 시계 장인들은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주문을 자신들이 만들어낸 시계에 적용시키는 것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어떤 시간선에도, 어느 공간에서도 요그소토스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집단은 그렇게 매 순간 요그소토스를 찾아 헤맸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세월이 흐른 탓일까요. 집단의 세력은 점차 약해졌고 또 사라졌으며 신을 보고자 했던 이들의 열망은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들이 만든 시계는 대부분 세계 곳곳에 퍼져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낭만으로 포장된 채 사람들에게 팔리게 되기까지 합니다. 정말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실과는 별개로 유명한 시계 장인들이 작업한 시계의 각인, 세심한 손길로 세공해 박아둔 작은 보석, 아름다운 디자인과 낭만적인 문구를 따져보았을 때 꽤 괜찮은 값의 시계였기에 제법 잘 팔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어릴 적, 시간 여행자라는 낭만적 꿈을 갖고 있던 KPC1은 어느 날 <이 시계의 주인은 모두 시간 여행자가 된다>는 캐치프라이즈에 마음이 동해 두 개의 시계를 구입합니다.

 

예전에 이 시계를 샀어요. 물론 시계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염원하라, 작은 판 위의 시침과 분침을 굴려라'라는 다소 직관적인 설명서를 보고도 KPC1은 시간을 여행하는 방법을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서랍 어느 구석에 시계가 담긴 상자를 넣어두고 세월이 흐를 뿐이었죠. 그 사이 탐사자가 옆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둘은 좋은 이웃에서 친구로, 또 연인의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금, KPC1은 이 두 개의 시계를 발견합니다. KPC는 마음 먹습니다. 이 시계를 탐사자에게 선물하기로…… 그도 그럴 것이 커플 시계로도 손색이 없을 디자인에, 곧장 탐사자가 기억난다는 점에서 KPC는 탐사자를 단단히 사랑하고 있음을 자각했거든요.

 

시계를 다시 발견하자마자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이제 고백할 용기가 생겨요. 앞으로의 당신의 시간도, 제게 주세요.

 


어서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염원한 탐사자가 시침과 분침을 굴려 미래로 가게 될 줄도 모르고요.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의 시간은 좀처럼 흘러가지를 않아요



이제 미래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미래의 둘은 더 깊은 사랑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시간을 쏟고, 미래를 약속했으며 탐사자는 KPC2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었을 수도 있고 동거를 하게 되었을 수도 있겠죠. 변한 게 많았습니다. 어쩌면 KPC2의 외형, 성격, 혹은 또다른 무언가…… 자신의 시간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서로의 변화를 수용한다는 뜻일 테니까요. 하지만 KPC2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연애를 하고 함께 살게 된 지 3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둘은 드라이브 데이트 중에 큰 교통사고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KPC2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탐사자는 그러지 못했죠. 결국 홀로 남은 KPC2가 가진 거라곤 탐사자에게 고백하며 나누어 가졌던 두 개의 시계뿐이었습니다.

KPC2가 짐을 정리하던 날, 그는 서랍 속에서 어느 한 켠에 던져두었던 시계의 설명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염원하라, 작은 판 위의 시침과 분침을 굴려라'라는 설명서 속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래, 혹은 과거 등 가고싶은 곳을 마음 속으로 그리며 염원할 것, 그리고…… 시침과 분침을 돌릴 것. 몇 번의 시도 끝에 KPC2는 탐사자가 살아있던 어느 한 과거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의 간절함은 시계를 주며 고백했던 순간에 닿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KPC2는 데이트를 하는 KPC1과 탐사자를 몰래 지켜보며 과거의 탐사자를 자신이 있는 미래로 데려가야겠다는 꿈까지 꾸게 되죠.

 

이 시간 안에서 나와 함께해요



그러나 의외의 일은 늘 도처에 가득합니다. 과거의 탐사자가 우연치 않게 이 미래로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KPC2는 계획을 변경합니다. 탐사자가 가진 시계를 빼앗고, 이 미래에서…… 다시금 행복한 시간을 되찾겠다고.












▒ 시나리오


키퍼링 안내 / 다이스 / RP

 

1

♪There Will Be Rain - Million Eyes


오늘은 아주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영화관에서 KPC와 함께 보았던 영화는 제법 눈물겨웠죠. 우주로 간 주인공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가 실종되었던 연인을 마주하는 내용의 영화였어요. 마지막 우주의 별무리가 떨어지는 장면과 지구에서 눈이 내리는 장면이 겹치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비록 누군가에겐 취향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요.
길을 차분하게 걷다 보면 정면으로 당신과 KPC가 사는 A아파트가 보입니다. 지어진 지 몇십 년은 된, 낡지만 꽤 그럴 듯한 이 복도식 아파트로 당신이 이사온 지도 1년이 되었습니다. 잘 적응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친절한 옆집 이웃인 KPC 덕분에 이곳에서의 적응은 꽤 순탄했죠. 물론 KPC는 이제 당신에게 그저 평범한 이웃이기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KPC가 오늘 봤던 영화는 어땠는지 물어옵니다.

 


▶ 자유롭게 데이트 RP를 진행합니다.
어디선가 풀벌레가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밤공기는 점차 선선해지고 있고, 나란히 걷고 있는 KPC의 손등과 당신의 손등이 연이어 스칩니다. 손가락 마디가 맞닿는 느낌은 뭐랄까, 왠지 떨리는 기분을 숨길 수가 없네요. 그와 함께 영화관을 가고, 맛있는 요리가 가득한 가게들을 섭렵하고, 커피향이 좋은 카페를 알아내고…… 당신이 그에게 호감을 느끼며 연인이 된 지 열흘. 그 일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몰라요. KPC도 탐사자 당신과 같은 마음일까요?
대화를 하며 차분하게 걷다 보니 엘리베이터 앞까지 도달합니다. 당신과 KPC는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역시 익숙하게, 함께 살고 있는 층 수를 누릅니다.

 

주고 싶은 게 있어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복도를 걷던 KPC가 자신의 안주머니를 뒤져 작은 시계 하나를 꺼냅니다.

 

예전에 이 시계를 샀어요. 물론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KPC가 탐사자의 손목에 시계를 채워줍니다.

관찰력 판정
 실패 시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한눈에 봐도 그리 값싼 시계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습니다. 상당히 오래된 것처럼 연식이 있어 보이는 시계네요.

 성공 시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각인이 새겨져 있습니다. SOTHOTH. 시계를 만든 장인의 로고 같은 걸까요? 로고와 함께 새겨진 무지개 빛깔의 물방울 무늬가 복도의 전등빛을 따라 홀로그램처럼 반짝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말이죠, 한눈에 봐도 그리 값싼 시계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습니다. 상당히 오래된 것처럼 연식이 있어 보이는 시계네요.

▶ 혹여나 탐사자가 시계의 출처를 묻거든 몇년 전 길가에 있던 시계방에서 구매한 시계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어떤 캐치프라이즈에 마음이 동했다는 것 (하지만 그 캐치프라이즈를 현재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 충분히 RP를 즐겨주셔도 좋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산 시계라는 것을 어필해도 좋습니다.

KPC는 시계를 발견하자마자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었노라고 고백합니다. 잠시 바람 좀 쐬고 들어가자는 말을 하곤 바깥의 풍경이 보이는 벽 난간에 팔을 기댄 채로 한참 야경을 바라봅니다. KPC와 당신 사이에서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낡은 아파트 복도의 전등이 깜빡, 깜빡, 깜빡…… 완전히 꺼지는 듯 하면 KPC는 손을 흔들어 잠들려는 전등빛을 다시금 깨웁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늘어진 테이프처럼 길게 흐르는 듯이 느껴집니다. KPC는 결심한 듯 당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이야기 합니다.

 


이제 고백할 용기가 생겨요. 앞으로의 당신의 시간도, 제게 주세요.

 


탐사자, 저 난간 너머 아직 잠들지 않은 사람들이 켜둔 조명을 바라보세요. 누군가가 보내는 밤의 시간이 의도치 않은 빛을 만들고, 또 이런 고백의 순간에 배경을 자처하기도 하는 법이죠. 선선한 바람과 어쩐지 미지근하고도 따스한 손, 당신의 손목에서부터 들려오는 째깍이는 시계의 초침 소리, 깜빡이는 전등 불빛, 야경, 그리고 KPC의 얼굴까지……
한참 둘 사이의 정적과 대화와 웃음이 시간을 채웁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하루를 마무리 해야 할 시간에 가까워져 옵니다. KPC는 당신에게 이만 들어가고 내일 보자는 말을 건넵니다. 아주 잠시 망설였나요? 당신의 뺨에 짧게 입을 맞추고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이내 옆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의 손목에도 당신과 나눠가진 비슷한 시계가 보이는 군요.
고백으로 꽤 부끄러운 걸까요? 빠르게 꽁무니를 빼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해서 이상하게 웃음이 납니다. 건너편 아파트의 불빛도 하나둘 꺼지는 게 눈에 보이네요. 탐사자, 당신도 들어가 내일을 준비하는 게 좋겠어요.

 


♪ The Mercy of Wind - Million Eyes


현관문 안으로 들어서면 혼자 생활했던 집이 당신을 반깁니다. 깔끔한 집은 아까와 다르게 묘하게 서늘한 기운을 풍깁니다. 하지만 말이죠, 내일부터 이곳에서의 생활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어요. 어서 씻고 잠에 든 뒤에 당장 내일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당신이 막 씻을 준비를 하기 위해 집안에 문을 들이려던 그때였습니다. 현관문 너머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듣기 판정
 실패 잘못 들었나요?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것 같습니다. KPC와 아주 비슷한 느낌의 인기척이었어요.

 성공 당신이 서 있는 현관문 너머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이 발자국 소리는, KPC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네요.

▶ 곧바로 지능 판정 합니다.

 

지능 판정
 실패 KPC일까요? 당신이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나온 걸지도 모릅니다.

 성공   KPC일까요? 당신이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려고 했을 수도…… 하지만 KPC가 그런 사람이던가요? 다시 들어보니 발자국 소리가 미묘하게 다르게 느껴집니다.

▶ 해당 부분의 인기척은 미래에서 온 KPC 입니다. 그는 미래에서 탐사자를 잃은 뒤 시계를 이용해 이 시간선에 도달했습니다. 멀리서 현재의 KPC와 탐사자가 대화를 나누거나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겠죠. 탐사자가 현관문을 열어 확인해봐도 KPC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할 수도 있습니다. KPC는 답장하지 않고 어쩌면 그도 씻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필해주세요.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네요. 누군가 감시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였습니다. 휴대폰이 울립니다. KPC에게로부터 온 연락이군요.

 

[탐사자, 잘 들어갔어요? 내일은 저와 드라이브를 가는 게 어때요?]



하지만 일순 마음을 어지럽히던 생각쯤은 쉽게 떨쳐낼 수 있을 겁니다. KPC 덕분에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의 끝 아닌가요? 기대가 되는 하루란 삶에 있어 그리 자주 있지는 않다는 걸 당신은 어렴풋 알고 있으니까요. 어서 씻고 침대에 눕는 게 좋겠어요.

당신은 침대 옆 탁자에 오늘 선물 받은 시계를 내려두고 자리에 눕습니다. 반복적으로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가 들려옵니다. 오늘은 어떤 날이었나요? 제법 꿈 같은 날이었나요? 아니면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을 거라고 상상해왔던 날이었나요? 아주 오랫동안 KPC와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당신이 몸을 뒤척일 때마다 이불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초침 소리와 섞여 들려오네요. 탁자 위에 빛을 발하고 있는 테이블 조명이 오늘 선물 받은 시계를 비추고 있습니다. 왠지 발그레 하게 느껴지던 KPC의 얼굴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그려져요. 깜빡이는 아파트 복도의 전등을 따라서 깜빡, 깜빡, 깜빡…… 아, 당신은 테이블 조명 아래 놓인 손목시계를 다시금 쳐다봅니다.

지능 판정
 실패  &  성공  어라,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시간은 오후 열한 시쯤이었는데 말이죠. 시계 속 시간은 두 시간쯤 느리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이 손목 시계를 차고 KPC가 운전하는 차를 타는 거예요. 꽤 깔끔하게 뻗은 도로를 달리다가, 늘 그랬던 것처럼 분위기 좋은 식당과 카페를 차례대로 들르고 서로 음식 맛과 커피 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도 좋겠죠. 좋은 풍경을 보고 함께 눈을 맞추면서 서로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깨닫고 서로가 주고받은 시간을 상기하면서 그렇게…… 연인이 되어가는 거예요. 아무래도 시계의 시계의 시간을 맞춰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 해당 부분에선 반드시 시계 초침을 돌려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초침을 맞추던 그때였을까요. 휴대폰에서 다시금 진동이 울립니다. 역시 KPC군요.

 


[내일이 기대되는 건 나뿐만이 아니겠죠? 잘자요, 탐사자. 내일 봐요.]



그래요,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서로 나눠가진 이 시계처럼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사랑이란 참 이상해요. 마주하지도 않은 내일을 아예 다른 하루로 기대되게 만들어버리니까요. 내일도 이렇게……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2

♪『koe no katachi OST』narrow road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온통 새하얀 빛이 당신의 주변을 가득 채우는 꿈이네요. 무중력 상태에 놓인 것처럼 몸이 붕 떠오르고, 베개 맡으로, 하얀 벽지 위로, 천장 무늬 사이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창문 틈으로 무수히 많은 시간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 필름 속엔 당신의 웃는 얼굴이 있고, 손을 잡는 KPC가 있고, 입을 맞추는 둘이 있고,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와 웃음과 행복과 또……
▶ 해당 장면은 탐사자가 꾸는 꿈이 아닌, KPC와 탐사자 둘이 모두 겪은 미래입니다. 탐사자는 미래로 가는 과정 중에 놓여 있습니다. 둘이 겪었을 법한 미래로 필름이 지나가는 과정을 개변해도 좋습니다.

역시 들뜬 기분을 안고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원했기 때문인가요? 이런 꿈을 다 꾸다니요. 이 몽롱한 정신을 어떻게 해서든 뿌리치고 눈을 떠야만 할 겁니다, 탐사자.

감고 있던 눈을 떴을 때, 당신은 문득 이상한 기분을 느낍니다. 발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의 온도와 묘하게 변한 듯한 계절의 바람. 그래요, 당신이 눈을 뜬 곳은 아파트 복도입니다. 잠깐, 아파트 복도요?


koe no katachi - round


분명히 어제 당신의 침대에서 잠들지 않았던가요? 심지어 옷도 어제 잠들 때 입었던 복장 그대로입니다. 맨발에 이런 복장으로 아파트에 놓이다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SAN 1/1D2)

▶ 탐사자가 아파트 복도를 바라보거나 주변 풍경을 탐색하고자 한다면 지능 판정을 시켜줘도 좋습니다. 성공 시엔 익숙하지만 어제 KPC와 대화하며 봤던 풍경 치곤 약간의 이질감이 든다는 설명을 더합니다.

관찰력 판정
 실패 당신이 알고 있는 아파트의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습니다. 묘하게 달라진 점이라 느껴지는 건 폐부에 들어차는 공기가 사뭇 어제 것과 다르다는 사실뿐입니다.

 성공 당신이 알고 있는 아파트의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습니다. 묘하게 달라진 점이라 느껴지는 건 폐부에 들어차는 공기가 사뭇 어제 것과 다르다는 사실과 아파트의 현관문이 꽤 녹슬어 있다는 것뿐입니다.


다시금 눈 앞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살고 있던 집 현관문, 그리고 옆집 현관문이 보이는군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깥을 둘러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잠옷 차림에 맨발인 당신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요.


 

KPC2의 집 현관문


당신이 지내던 집안으로 들어가는 뭐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가요? 늘 그렇듯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 안으로 들어서면 그만일 일입니다.

 


집 비밀번호를 눌렀을 경우
당신은 순식간에 이상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이건 너무나 낯선 기분이에요. 이 집은…… 당신의 집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연이어 비밀번호를 눌러도 집이 열리지 않을 리 없잖아요? 자세히 보니 사용하던 도어락 모양도 달라졌네요. 마치 다른 집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요.


▶ 집으로 들어가보려고 시도는 할 수 있겠으나 창문이며 현관문이며 어떤 것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탐사자는 옆집 이웃이었던 KPC와 연인이 된 뒤 함께 동거하는 사이가 되었고 탐사자의 집은 이미 텅 비어버렸기 때문입니다.
▶ 탐사자가 관찰력 판정을 요구한다면 그대로 진행합니다. 성공 시 집엔 이미 누군가 오간 흔적이 없다는 것과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정보, 안쪽에 사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추가 정보를 줍니다.

 

 


 

 

아파트 밖

 

잠옷 차림에 맨발로 바깥에 나가도 괜찮을까요? 뭐, 좋습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는 것쯤이야 지금 같은 시기에 그리 큰 문제가 아닐 테니까요. 당신이 바깥으로 나오면 담벼락과 나무들이 보이고 당신이 살던 아파트가 보입니다.

관찰력 판정
 실패  바깥으로 나오면 별다를 점 하나 없습니다. 다행히 이상한 세상으로 똑 떨어진 건 아닌 모양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계절이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풀벌레가 우는 여름이었는데 말이에요.

 성공   바깥으로 나오면 별다를 점하나 없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계절이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풀벌레가 우는 여름이었건만, 당신과 KPC가 지나온 가로수의 잎들은 모두 아래로 떨어지고 빈약한 가지만 흔들고 있습니다. 저 담벼락은 또 어떻고요. 저렇게 선명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있던가요?

아파트는 묘하게 낡아 보이기도 합니다. 원래 이렇던가요?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였습니다.

행운 판정
 실패   작은 돌부리에 맨발이 길게 긁힙니다. 아무래도 맨발로 바깥을 돌아다니는 데는 한계가 있겠죠.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네요. 
▶ 체력 1 감소합니다.


 성공   작은 돌부리에 맨발이 긁혔지만 크게 심각한 상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더는 밖을 둘러볼 수 없을 것 같네요.

자잘한 상처를 내려다보던 당신은 문득 KPC를 떠올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파트에 이사오고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그 아닌가요. 옆집 문을 다시 한 번 두드려봐야 할까요?

 

 


 

옆집 현관문

 

옆집 현관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당신이 알 리가 없죠. 현관문은 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낡아 보입니다. 어떤 번호를 누르고 노크를 해봐도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이 이질적인 곳에서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KPC뿐인데, 그마저도 없다면 어떻게 하죠?

▶ KPC가 안에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는 현재 씻고 있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텔레비전을 틀어둔 채 씻는 중일지도 모르죠. 어찌되었건 KPC의 집 문은 바로 열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탐사자가 귀를 대보는 행동을 진행할 경우 안쪽에서 시끄러운 텔레비전 소리와 함께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는 정보를 줍니다. 바깥을 둘러보고 되돌아올 경우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전부 조사했을 경우

▶ KPC2는 기본적으로 KPC1과 분위기, 혹은 생김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래 설명은 기본적으로 설정된 KPC의 외형과 반대되는 것으로 자유롭게 수정, 개변이 가능합니다.
당신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 있는 사이에, 어느샌가 옆집 문이 벌컥 소리와 함께 열립니다. 그리고 그 문 안에서 나오는 것은…… KPC입니다. 막 씻고 나온 듯 물기에 젖은 머리 위에 수건이 덮여 있네요. 당신은 KPC2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이상하네요. 당신이 알던 KPC가 분명히 맞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외형은 어딘가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염색된 머리하며, 어딘가 슬픈 일을 경험한 사람처럼 쳐진 눈, 두 눈을 전부 가린 긴 앞머리, 초췌해보이는 인상이 당신이 알던 그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라 보이기까지 하네요. 당신이 채 입을 열기도 전에 놀란 듯한 눈을 했던 KPC2가 이내 웃어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게다가 상대는 당신을 모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SAN 1/1D2)
탐사자의 경우 아래와 같이 질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관련해서 답변이 가능합니다.

 

 

질문과 답 예시

 
  Q. KPC가 맞는가? / KPC를 찾고 있다.
A. 나의 이름이긴 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Q. 나를 모르는가?
A. 전혀 알지 못한다. 나를 아는가?

▶ 이 부분에서 KPC2는 탐사자를 자신이 있는 미래에 함께할 생각으로 탐사자에게 모르는 척하고 있음을 알아두시는 게 좋습니다.
▶ 탐사자 쪽에서 심리학 판정을 요구한다면 진행해주시고, 어려운 성공 이상 시 왜인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하다는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KPC2는 당신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처럼 눈을 깜빡이기만 합니다.

 
Q. 이곳은 어디인가? / 당신은 여기에 살고 있나?
A. 이곳은 A아파트다. 나는 여기에 살고 있다.

A아파트라고요?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걸요. 게다가 당신의 집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누구도 살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럴 수 있는 일일까요?  (SAN 0/1)

Q. 옆집에 대해 아는 게 있는가? / 옆집에 사람이 살지 않는가?

A. 옆집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집이 비워진 지도 꽤 오래됐으며 시간은 2, 3년 정도 되었다. 옆집에 볼 일이 있는가?

Q. 옆집은 나의 집이다.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A. 그럴 리가. 나는 당신을 이번에 처음 본다. 부동산 측에 연락해보겠다.


▶ 이 과정에서 탐사자가 옆집은 자신의 집이라고 거듭 주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KPC2는 이 모든 일을 알고 있으며 그에게 예상 외의 일은 탐사자가 이 시간선에 도착한 일뿐입니다. 그러므로 그저 웃기만 하거나 그럴 리가 없다는 말로 일관된 태도를 보입니다.
▶ 탐사자가 심리학 판정을 요구하고 어려움 이상 성공한다면 그의 말은 "일부의 말은 거짓인 듯하지만 표정만은 진실을 얘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러니까 다시 정리해보자고요. 이곳은 A아파트가 맞습니다. 그리고 KPC2도 KPC 본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들 투성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왜 당신의 집은 비어있고 어느 누구도 살고 있지 않은 거죠? 이 같지만 다른 세상에서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SAN 0/1)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발을 굴렀던가요, 입술을 짓씹었던가요? 당신의 분위기를 읽은 듯 KPC2가 자신의 집 현관문을 조금 더 열어줍니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데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겠어요?

 


이 이상한 상황에서 확실하게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당신이 원래 있던 곳이나 이곳이나, KPC는 KPC라는 사실이군요. 그는 여전히 친절합니다. 당신이 처음 A아파트에 와 도움을 받았을 때처럼요.
▶ 탐사자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유도해줍니다. KPC2가 의심할 만한 사람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주어도 좋습니다.


3

♪Erik Satie - Gymnopédie No.1

 

그의 집안은 고요합니다. 막 커피를 마시려고 했던 참인지 포트에 채워진 커피가 풍기는 향기가 좋군요. 정면으로 들어차는 햇살 덕분에 맨발로 아파트 복도에 서 있던 당신의 발 위로 따스한 볕이 내려 앉습니다. 당신을 모르는 KPC이긴 하나, 그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방 안은 편안하기까지 합니다. 아무래도 갖고 있는 경계심은 조금 내려두어도 괜찮을 듯합니다. 그런데 집 안을 바라보면……

관찰력 판정
  실패  기분 탓인가요? 집 안이 이상하리만치 깔끔하단 생각이 듭니다. 

  성공   기분 탓인가요? 집 안이 이상하리만치 깔끔하단 생각이 듭니다. 식탁을 제외하고 거실에, 소파에 씌워진 흰 천들은 어떻고요. 꼭 곧 이곳을 떠날 사람처럼 집을 깔끔하게 치워둔 모양새가 눈에 띕니다.


KPC는 식탁에 앉으라고 말하곤 커피를 내려줍니다. 커피향이 당황스러웠던 마음을 조금 진정시켜주는군요. 그는 무슨 일인지 몰라도 탐사자에게 많이 놀란 것 같다는 말을 건넵니다. 마침 집안에 음식이 없어 장을 보러 갈 예정이니 집에서 푹 쉬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요.

 

▶ 간단하게 RP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구간에서 KPC2는 다시 한 번 자신을 소개하고 의연하게 탐사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습니다.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나이는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묻습니다만 KPC2의 나이는 기존 나이에 3을 더합니다. KPC2가 있는 세계, 즉 탐사자가 건너온 시간은 3년 뒤의 세계이니까요.

 

 

발은 괜찮으세요?

 

 

그제야 엉망진창이 된 발이 눈에 들어옵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신발도 양말도 신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군요. 상처를 치료할 생각도 하지 않고요. KPC2는 옷장을 뒤져 겉옷을 당신의 어깨에 걸쳐주고 발을 한 번 보자며 무릎 꿇은 채 당신의 발을 이모저모 살펴봅니다. 아무래도 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며 구급상자를 들고 와 치료해주기까지 하네요.

▶ 응급처치 판정을 해도 좋습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탐사자의 체력이 1 회복됩니다.

 

그는 어디선가 가져온 실내화를 당신의 발에 신겨줍니다. 

관찰력 / 지능 판정
 실패  그저 편안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사이즈며 뭐며 당신에게 꼭 맞는 것들이네요.

  성공   그저 편안하다는 생각 사이로 미묘한 기분이 끼어듭니다. 어깨에 걸쳐진 옷도, 당신이 신은 실내화도 모두 사용감이 느껴지면서 당신의 사이즈에 꼭 맞는 것들이네요.

 

상처를 치료해준 뒤 KPC2는 얼마 가지 않아 집을 좀 봐달라고 말하곤 나갈 채비를 합니다. 

▶ 이 과정에서 탐사자가 함께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최대한 상처와 옷차림에 대해 얘기하며 최대한 설득해주세요. 낯선 사람의 집안에서 많이 불편하겠지만 최선은 이것뿐임을 얘기해주어도 좋습니다. 부동산 주인분을 포함해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좀 더 찾아보겠다고 얘기해도 좋겠죠.

▶ 탐사자가 여전히 KPC2를 의심하고 있다면 그는 KPC와 다르지만 무척이나 닮아 있어 안정감이 든다는 정보를 거듭 줍니다. 기본적으로 둘은 같은 사람이니까요.

관찰력 판정
 실패   아주 잠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손목으로 향했던 것 같지 않나요?

  성공   아주 잠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손목으로 향했던 것 같지 않나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행동이 어딘가 수상쩍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꿔서 생각해보자구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맨발로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친절을 베풀 수 있다고요? 아무리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과하게 경계심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탐사자가 의심을 하든지 말든지 채비를 마친 KPC2는 집안만 마구잡이로 뒤져보지 않으면 괜찮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뜹니다.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이나 다녀온 뒤에 집을 찾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남기고서요.

그가 빠져나간 집안은 아까 들었던 볕이 무색하게 싸늘한 적막이 감돕니다.
▶ 이전에 관찰력 판정에 실패했다면 해당 부분에서 재판정이 가능합니다. 줄 수 있는 정보는 관찰력 판정의 성공 부분과 일치합니다. 중요한 부분은 곧 이사를 갈 집처럼 느껴진다는 것, 구석구석 흰 천이 씌워져 있다는 것입니다. 흰 천은 탐사자를 잃은 KPC2가 집을 정리하기 위해 씌워둔 것입니다.

현관서랍장을 살필 수 있습니다.



탐사자의 집 현관

 


KPC2의 집 현관은 집 안처럼 깔끔하기만 합니다. 몇몇 개의 신발들이 놓여 있으며 신발장을 살펴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초면에 가까운 사람의 집안을 마구잡이로 뒤지는 게 탐탁지 않기는 합니다. 설령 KPC2가 KPC1과 닮았다고 하더라도요.

 

▶ 신발장을 열어보았을 경우

깔끔하게 정리된 신발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무언가를 정리한 듯 하군요. 와중에 KPC2의 신장과는 대비되는 다른 크기의 신발도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혼자 사는 집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 신발을 자세히 조사하거나 관찰력 판정에서 성공했을 경우

발크기가 묘하게 다른 신발들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그 발 크기는 당신의 것과 아주 유사하군요.

 


 

서랍장

 

화분이며 액자가 놓인 작은 서랍장입니다. 유리로 여닫을 수 있는 작은 문 안쪽을 살펴보면 KPC2의 해사하게 웃는 얼굴 몇몇이 액자에 끼워져 있습니다. 웃는 얼굴을 보면…… KPC1과 다른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합니다. 탐사자 당신도 KPC1의 이런 얼굴을 본 적이 있잖아요? 서랍장 아래를 열어보면 두 개의 작은 케이스가 나타납니다. 이렇게 서랍장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마치 훌쩍 떠나버릴 사람처럼 갖가지 종이들은 한데 묶여 정리 돼있고 케이스 두 개만 서랍장에 마구잡이로 굴러다니는 게 수상하긴 합니다.

▶ 둘 중에 무엇을 먼저 조사한다고 해도 케이스 A에 대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합니다.

 

- 케이스 A

케이스는 시계 케이스였던 것 같습니다. 빈 케이스이긴 하나 시계의 뒤를 받치는 쿠션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작은 종이 쪽지가 눈에 띕니다.

 

종이 쪽지 겉면에는 SOTHOTH 라고 적혀 있습니다. 잠시만요, 어딘가 익숙한 영문자네요.

 

지능 판정
 실패  언뜻 보긴 했지만요, 최근에 이와 같은 영문자를 접했던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성공 언뜻 보긴 했지만요, 최근에 이와 같은 영문자를 접했던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똑, 딱, 똑, 딱, 시계 치침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요, 바로 KPC1이 선물한 시계에도 이와 같은 영문자가 각인으로 새겨져 있었죠.

쪽지는 시계의 설명서인 걸까요? 쪽지를 열어 보면 시계에 대한 번역을 해놓은 듯 한 구절만이 쪽지 가운데에 적혀 있습니다. 쪽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염원하라, 작은 판 위의 시침과 분침을 굴려라'

▶ 해당 케이스는 KPC의 시계 케이스입니다. 이 시간선의 시계는 현재 KPC2가 소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시계를 이용해 당신과 KPC1이 있는 시간선으로 이동해 둘의 행각을 직접 두 눈으로 보기도 했으니까요. 

 

 

- 케이스 B

해당 케이스 역시 시계 케이스군요. 그러나 앞서 확인했던 케이스와는 다릅니다. 척 봐도 유리판에 금이 가고 분침이 분질러진 낡은 시계가 놓여 있습니다. 지나치게 망가져 있군요. 틱, 틱, 틱, 망가진 시계는 앞으로 가지 않고 있네요. 그래도 멈추지 않은 것을 보면 망가진 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당신은 이 시계가 무엇과 유사한 지 알아차립니다. 바로 당신의 손목에 달린 시계와 똑같은 모델의 시계군요.

▶ 해당 케이스의 시계는 탐사자의 시계 케이스입니다. 시간선이 두 개로 갈라지면서 사고사로 죽게 된 탐사자의 시계는 KPC2의 의해 망가진 채로 케이스에 보관됐습니다. 사용은 불가능합니다.

 

 

▶전부 조사했을 경우

 

집이 너무 깨끗한 탓일까요? 당신이 알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냉장고를 뒤지는 일이나 찬장을 뒤져보는 일은 영 깨름칙하죠. 하지만 아까부터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흰 천이 씌워진 벽면입니다.


흰 천이 씌워진 벽면

 

아무래도 이 집안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것을 대라면 이 흰 천이 씌워진 벽면일 것입니다. 마치 전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품 위에 덮어두는 것처럼 흰 천은 너무나도 하얗고 먼지 하나 쌓이지 않아 깔끔하기까지 합니다. 흰 천 아래 무엇이 있는진 몰라도, 제법 중요한 것이겠구나 하는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탐사자가 흰 천을 잡아 내리면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결혼 사진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것이 평범한 결혼사진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떨어지는 벚꽃 잎, 짙푸른 초원, 그것을 배경으로 나란히 기대선 채로 찍힌 결혼 사진은 이상하게 낯선 감각을 선사합니다. 결혼사진의 주인공은…… 이곳에서 마주한 KPC2와 당신입니다. 당신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야 당연하죠, 당신은 단 한 번도 KPC와 결혼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는걸요. 그렇다면 이건 뭐죠? 더 나아가 여기는 어디죠? 이 세상엔 당신이 또 있다는 말일까요? 그렇다면 KPC2의 정체는 대체 뭔가요? 아주 복잡한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SAN 2/1D4)

 

 

♪ Mystery


너무 깔끔해서 수상한 집안, 당신이 알던 것과 다른 KPC2, 찍어본 적도 없는 결혼 사진…… 이곳은 당신이 알던 세계와 미묘하게 어긋나 있음을 깨닫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어지럽습니다. 빈 구멍 하나가 커다랗게 뚫린 듯 하지만 무엇으로 채워야 이 세상이 말이 되는 곳으로 변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거죠? 혼란스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최대한 머리를 굴리고 있으면 툭,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바구니를 떨어트린 KPC2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잰걸음으로 뒷걸음질쳤던가요? KPC2는 당황한 얼굴로 우왕좌왕하다가 흰 천으로 다시금 벽을 가립니다.

 

 

집안을 둘러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것까지 볼 줄은 몰랐어요.

내가 기억하는 당신은 이런 행동까진 하지 않았는데...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을 것 같은데 되도록 다 대답해드릴게요.

 

 

 

질문과 답 예시

 
  Q. 이곳은 어디인가?
A. 이곳은 아마도, 당신이 온 곳에서부터 약 3년 후의 세상이다. 뭐 때문에 오게 됐는지는 몰라도 당신이 그 시간여행자의 시계로 이곳까지 오게된 것 같다.


Q. 시간여행자의 시계? 그런 것을 구입해 내게 선물했나?
A. 처음에는 나도 이런 시계인지 몰랐다. 시계를 판 가게에서 이 시계를 가진 이들은 모두 시간여행자가 된다는 캐치프라이즈를 기억해낸 것도 최근의 일이다.
시계에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바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힘이다. 당신은 그 힘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Q. 당신도 시계를 사용한 적이 있나?
A. 사용한 적이 있다. 나도 이 시계를 이용해 당신을 보러 갔었다. 그쪽 시간의 나와 있는 것을 몇 번 보았다.

KPC2는 주머니에서 손목시계 하나를 보여줍니다. 당신이 가진 것과 미묘하게 색깔이 다르긴 하지만 당신이 KPC1에게 선물 받은 시계와 정말이지 흡사합니다. 마치 한 세트처럼요.

 

 

당신은 3년 뒤인 미래에 죽어요. 사고사로요.

 


그는 곧 소매를 걷어 길고 긴 흉터 하나를 보여줍니다. 팔목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흉터는 어떤 수술을 견뎌낸 흔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곧 KPC2는 자신 또한 사고에 휘말렸으나 겨우 살아났다 말합니다.

 

 

당신이 없는 세상을 버티다가 참을 수 없어 과거에 있는 당신을 데리러 올 계획이었어요.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당신이 이 미래에 찾아왔고, 계획을 바꿨죠.

당신의 시계를 빼앗아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할 계획이었어요.

계획을 위해 당신의 존재를 모른 척했던 거고요.

 

 

당신이 없는 세상을 견뎌왔다는 것, 그래서 몇 번이고, 당신을 이곳에 데리러 오기 위해 시간을 넘어 당신을 보러 갔었다는 것, 하지만 자신이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당신이 이곳에 도착해버렸다는 것, 계획을 바꾸기 위해 당신을 모르는 척했다는 것, 당신이 가진 시계를 빼앗아 더 이상 돌아갈 수 없게 할 예정이었다는 것…….

그의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어떤 운명처럼 다시금 당신이 찾아와버린 겁니다. 모든 게 정말 정해진 것처럼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요? 시간을 넘어요? 이곳이 3년 뒤의 세상이라고요? 게다가 당신이 죽는다니요? 사고로요? (SAN 1/1D3)

 

혼란스러움도 잠시, 천천히 다가온 KPC2가 당신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이야기합니다. 

 

 

♪ Breathing in February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의 시간은 좀처럼 흘러가지를 않아요.

제발 나와 이곳에 남아주세요.

 

 

당신의 손을 붙잡은 KPC2의 떨리는 손을 보세요. 고개를 숙인 그가 당신에게, 아주 간절하게 호소합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없는 세상을 버틸 수 있는 이들은 많지만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세상을 버틸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KPC2는 그 세상을 하염없이 버티고 또 버티다가 결국 시계를 이용해 당신을 보러 향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고개를 숙이며 흘러내린 그의 머리카락이, 붉게 달아오르는 그의 눈가가 애처로움을 더합니다. 게다가 그는 정말이지 당신이 알던 KPC와 꼭 닮았군요. 곧 울 듯한 그의 표정은 당신이 알고 있던 KPC가 짓는 표정과 같습니다. 고작 열흘을 만난 연인이기는 하나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나요? 단 둘의 세상에 떨어져도 손을 잡고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다짐했던 적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 이곳에 남겠다고 할 경우 → END 1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이곳의 연인이 아니라 원래 세상에서의 연인입니다. 당신의 눈 앞에 있는 사람과 당신이 두고 온 사람은 같지만 분명히 다를 겁니다. 머리 색, 눈의 생김새, 목소리, 함께 보낸 시간까지…… 당신이 열흘을 넘어 함께하고 싶은 이는 과거에 두고 온 KPC이지 눈 앞에 KPC는 아닐 테니까요. 물론 책임감일지도 모릅니다. 고작 열흘이 된 이를 뿌리치고 이곳에 남는다는 선택을 내리지 않는 것이요.

당신의 뜻을 알아차렸는지 손을 잡고 호소하던 KPC2가 천천히 뒷걸음질칩니다. 그가 조금 웃었던가요? 그는 손을 뻗어 당신의 손목 시계를 매만집니다.

 

 

돌아가는 방법은 딱 하나예요. 가고 싶은 곳을 염원하고,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시계초침을 뒤로, 미래로 가기를 원한다면 시계 초침을 앞으로 돌리세요.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얼굴로 당신에게 시간을 여행하는 법을 일러주는군요. 아, 어쩌면 당신이 미래로 오게 된 이유는 내일을 기대하며 시계초침을 맞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천천히 시계 초침을 돌립니다. 분명한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저기 흰 천에 가려진 결혼사진 속, 자신의 운명도 모르고 봄꽃이 가득한 배경을 풍경 삼아 웃고 있는 저들의 웃음, 행복한 미래를 그리듯 아름답게 웃는 저 탐사자의 빈자리를 당신은 완벽하게 채워줄 수 없을 거라는…… 강한 확신 말이에요.

 

째깍거리던 시계가 멎고 초침과 분침, 시침이 거꾸로 원을 그립니다. KPC2가 치료해준 발바닥이 맨바닥에서 조금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당신의 뒤로 주마등처럼 풍경이 스쳐지나갑니다. 손을 잡고 봄꽃을 만끽하는 두 사람, 포옹을 하고 사진 기사에게 밝게 웃어 보이는 이들, 따뜻한 품을 찾아 그 안으로 파고드는 당신, 행복한 웃음, 늘푸른 초원과 하늘……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며 손을 잡고 손깍지를 끼고, 입을 맞추던 두 사람이 발바닥이 떠오른 풍경 사이사이로 지나갑니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당신과 KPC2의 앞머리를 흩트립니다. 당신의 몸이 조금 더 떠올랐을 때, 한걸음 물러섰던 KPC2가 당신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중얼거립니다. 아주 서글픈 목소리로.

 

 

그거 알아요?

당신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염원해도 내가 돌릴 수 있는 초침은 과거로뿐이었어요.

 

 

KPC2가 겨우 입모양으로 이야기합니다. 이 혼란한 풍경 안에서도 당신은 그 입모양을 똑똑히 읽을 수 있습니다.

▶ 이것은 KPC2가 현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이상 탐사자는 무조건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선택받지 못하는 건 갑작스러운 죽음처럼 비참해요.

 

 

생에 선택받지 못한 미래의 당신을 염두에 둔 말일까요? 아니면 당신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 말일까요? 알 수 없으나 당신은 떠나야 합니다. 원래 있었던 과거로……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당신의 집 침대 위입니다. 서랍장, 옷장, 이불보와 당신의 차림새 중 어느 무엇도 이곳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없으나, 어느새 아침이 되었는지 따사로운 햇빛이 KPC2가 치료해준 당신의 발 위를 비추고 있습니다. 한참 그 발을 내려보고 있노라면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연이어 들리는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 바깥으로 나서면 걱정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KPC1이 앞에 있습니다.

 

 

아무리 연락해도 답이 없길래요. 어디가 아픈가 했어요.

 

 

다급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KPC1이 손을 뻗어 당신의 이마를 짚습니다. 그의 품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의 손목에 걸린 비닐봉지 속에서 몇몇 개의 알약 박스가 보입니다. 당신이 먼 미래로 가 있던 사이 그는 몇 번이고 당신에게 연락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요,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으니까요. 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당신 역시 잠깐 꾸었던 꿈이라고 치부해도 좋습니다. 당신이 선택한 것은 이곳의 KPC니까요. KPC1이 열은 없어 다행이라며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열흘의 연인을 넘어, 더 행복한 꿈을 꾸어도 좋은 관계겠지요…… 허황된 미래에 관한 꿈은 잊고요…… .

 

 


4

 

♪ 音楽のある風景

 

시간은 우리가 그린 행복처럼 차분하게 흘러갑니다. 3년의 시간은 그랬습니다.  그와 함께 영화관을 가고, 맛있는 요리가 가득한 가게들을 섭렵하고, 커피향이 좋은 카페를 알아내고, 결혼을 약속하고, 온갖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으며 함께 살기를 작정하고 손가락에 반지를 나눠 끼며 연인이자 부부가 된 지 3년…… 그 사이 변한 것이 많습니다.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결혼 사진을 찍었던 날은 정말이지 행복한 날이었지요. 세상에서 가장 따사로운 빛과 맑은 날이 당신과 KPC1을 축하하는 듯했으니까요.

아, 이런 날도 있었습니다. 나란히 함께 걷는 웨딩로드, 당신과 KPC1을 찍기 위해 터지는 플래쉬들, 사위가 적막한 가운데 깜빡이는 불빛들, 선선한 바람과 어쩐지 미지근하고도 따스한 손, 시계를 나눠끼듯 교환하던 결혼반지, 다시금 깜빡이는 플래쉬…… 깜빡, 깜빡, 깜빡……. 고백을 받았던 그날과 같은 풍경을 상기하면 그 모든 일이 행복한 3년이었습니다.

 

오늘은 KPC1과 영화를 본 뒤 드라이브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함께 본 영화는 약간은 오묘한 기분을 선사했습니다. 주인공이 몇 번의 시간여행으로 죽은 연인을 살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내용이었거든요. 3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나요, 탐사자? 하지만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건 어딘가 새삼스러운 일이 된 지 오래죠.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하던 KPC1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영화는 어땠어요, 탐사자? 정말 시간을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간단하게 RP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KPC1의 성격에 따라 자유롭게 시간여행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예시) 나는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이었다면 같은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 나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의 주인공이었다면 같은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 나는 시간여행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몇 번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살린 주인공이 이해가 간다 / 당신이 주인공처럼 시간 여행자라면 죽은 나를 살릴 것인가? / 당신이 주인공처럼 시간 여행자라면 죽은 나를 살리지 않고 남을 것인가? 등

 

▶ 해당 부분은 탐사자의 엔딩 분기에 생각을 확실히 심어주기 위한 RP 구간이므로 되도록 시간여행에 대한 충분한 대화와 시간 여행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고민할 수 있게끔 RP 시간을 마련해주세요.

 

 KPC1이 당신의 말에 조금 웃더니 유려하게 운전을 합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말합니다.

 

 

문득 생각났어요. 탐사자, 당신에게 선물한 시계에 캐치프라이즈요.

캐치프라이즈는 '이 시계의 주인은 모두 시간 여행자가 된다'예요. 믿겨져요?

 

 

♪ While The World Sleeps

그때였습니다. 모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은. 똑, 딱, 똑, 딱, 당신의 작은 손목시계에서부터 들려오는 초침의 소리가 확성기를 댄 듯 크게 들려오고 잠시 고개를 돌린 KPC1과 눈을 마주친 그 순간이었습니다. 어디선가 아주 커다란 경적소리가 초침 소리를 잡아 먹고 들려오며 휘황찬란한 빛이 당신의 시야를 좀먹습니다. 순간적으로 다급한 표정을 짓던 KPC1이 핸들을 꺾습니다. 커다란 빛에 사로잡혔던 당신의 시야가 순간적으로 몇 번씩 회전합니다. 도로에 스키드마크가 새겨지는 소리와 차체와 함께 몇 바퀴나 회전하는 몸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쿵! 소리와 함께 가드레일을 박는 순간 엄청난 이명이 당신의 귓속을 파고듭니다. 이마에 검붉은 피를 흘린 채 핸들 위에 쓰러진 KPC1이 보입니다. 당신은 그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당신은 3년 뒤인 미래에 죽어요. 사고사로요.

 

 

그것은 정해진 운명이었을까요, 벗어날 수 없는 예견이었을까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정면으로부터 멀리 커다란 트럭과 앞면이 완전히 부숴진 자동차가 한 대 보입니다. 깜빡, 깜빡, 시야가 어룽지며 천천히 어둠에 잡아먹히고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그야말로 암전입니다.

 

한참 암전이 손을 뻗친 의식 속을 헤매고 있었을까요.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실패   괜찮…… 여전한 이명 탓에 목소리가 잘 들려오지 않습니다. 목소리는 아예 모르는 사람의 것인 듯 합니다.

 성공   괜찮으세요? 여전한 이명 탓에 목소리는 잘 들려오지 않지만 똑똑히 당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목소리는 아예 모르는 사람의 것인 듯합니다.

정신을 차리면 웅성거리며 모여든 사람들이 모두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리자 어느새 운전석에서 빠져나온 KPC1이 손수건을 이마에 댄 채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건 당신의 상태를 확인하던 사람들이었던 모양입니다. KPC1이 당신을 끌어당기며 말합니다.

 

 

사망자가 있대요. 그래서 구급차가 추가로 더 오기로 했어요.

일단 구급차가 올 때까지 조금 기다려 봐요.

 

 

♪ Follow The Compass - Be Near 

 

주변을 살펴보면 KPC1이 보입니다. 당신과 KPC1이 타고 있던 차, 사고 현장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PC 1

 

KPC1의 얼굴은 피로 얼룩져 있긴 하지만 그리 큰 부상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언젠가 당신이 선물했던 손수건이 피로 축축하게 젖어 있군요.

지능 판정
 실패   KPC1의 부상 부위는 이마가 조금 찢어진 것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도, KPC1도 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완벽하게, 미래의 KPC2의 말은 틀린 게 되었습니다. 

 성공   KPC1의 부상 부위는 이마가 조금 찢어진 것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도, KPC1도 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KPC2이 미래에서 수술했다던 팔도 멀쩡하기 그지 없군요. 그러니까 완벽하게, 미래의 KPC2의 말은 틀린 게 되었습니다. 

▶ KPC1은 탐사자에게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며 질문을 건넵니다. 사고를 당했으니 혹시 모르니 몸을 과하게 움직이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탐사자가 사고에 대해 물어도 KPC1은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말을 합니다만 탐사자가 계속해서 질문을 건넬 시에 KPC1은 지능 판정을 굴립니다. 성공할 경우 '운전 중에 차 한 대가 급하게 앞으로 끼어들었던 것 같다'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타고 있던 차

 

가드레일을 들이박아 앞면이 조금 우그러진 것을 제외하곤 크게 망가진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관찰 판정
 실패   당신과 KPC1이 타고 있던 차 옆으로 긴 스크래치가 남아 있군요.

 성공   당신과 KPC1이 타고 있던 차 옆으로 긴 스크래치가 남아 있군요. 당신이 타고 있던 차의 옆면을 급하게 차체 하나가 긁고 지나간 듯합니다.

근처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모두 가드레일 밖으로 넘어가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을 하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가드레일 밖은 그야말로 낭떠러지입니다. 이곳은 산을 깎아 도로를 내어 만든 드라이브 코스거든요. 어쩌면 이렇게 교묘하게 튕겨나가지도 않고 큰 부상없이 사고를 겪을 수 있을까요?

 

 


 

사고 현장

 

 

당신과 KPC1이 타고 있던 차와는 대조적으로, 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처참합니다. 역주행을 하려고 했던 듯 커다란 트럭이 중앙선을 침범해 있고 그 앞을 그대로 들이받은 승용차 한 대가 보입니다. 승용차에서는 기분 나쁜 연기가 스믈스믈 불안하게 피어오르는 중입니다. 승용차 안 쪽을 살펴 보면 정면으로 트럭을 들이받아 에어백이 터졌어도 무용지물로 운전자는 죽었을 게 분명해 보입니다. 승용차 뒤편으로 구급차에 사람이 실리는 것을 보면 사망자가 있다는 KPC1의 말은 사실인 듯 하군요. 순경 두 명이 자동차를 살피며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실패 
 


순경 두 명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사고 현장의 어수선함 때문에 소리는 잘 들려오지 않습니다.


순경A: 뒤쪽에 있던 차주 말로는…… 차 뒤에 있던 차가 갑자기 급발진을……
순경B: ……이요?
순경A: 트럭 운전자는 졸음운전이 분명…… 역주행 하는 것을 들이받으려고 가드레일 박은 차 옆을 긁고……
순경B: 꼭 운전자가 대신 사고를……
순경A: 에이 설마…… 어느 누가 그런 자살 행위를…… 그냥 끼어들기 하려다……



 성공   

어수선한 와중에도 순경 둘의 대화가 명확하게 들려옵니다.

순경A: 뒤쪽에 있던 차주 말로는 가드레일을 박은 차 뒤에 있던 차가 갑자기 급발진을 했다지 뭡니까?
순경B: 급발진이요?
순경A: 트럭 운전자는 졸음운전이 분명했대요. 역주행 하는 것을 들이받으려고 가드레일 박은 차 옆을 긁고 금방 끼어들었대요.
순경B: 꼭 운전자가 대신 사고를 막으려는 것처럼요?
순경A: 에이 설마 진짜 그렇겠어요. 어느 누가 그런 자살 행위를…… 그냥 끼어들기 하려다 운이 좋지 않았던 거지.

▶ 사고 현장을 살펴보던 탐사자가 듣기 판정에 실패했거나 사고 현장에 대해 제대로 깨닫지 못할 경우 지능 판정을 여러 번 돌려 사고가 벌어진 경위를 얼추 알 수 있게끔 도와주세요. 줄 수 있는 중심 정보는 "뒤에 있던 차가 급발진을 해 탐사자가 타고 있던 차 앞으로 급하게 끼어들었다.", "트럭은 역주행 중이었으며 그대로 끼어든 차와 트럭이 부딪혀 운전자는 사망했다." 입니다.

 

 

 Interstellar Theme

문득 불안한 예감이 스칩니다. 그러니까, 이건 고의로 누군가 당신의 사고를 막기 위해 한 행동 같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왜? 당신의 시야 너머, 승용차 뒤편으로 실려가는 들것이 눈에 띕니다. 당신은 천천히 그쪽을 향해 걸어갑니다.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흰 천에 덮인 시신 한 구, 그 위를 적신 붉은 핏자국, 참담한 사람들의 표정들이 느리게 당신의 시야에서 스쳐갑니다. 당신은 손을 뻗어봅니다. 살짝 거둬진 흰 천 아래로 드러난 긴 흉터를 가진 팔, 그리고 완전히 망가진 시계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시계는…… 당신의 것과 무참하도록 닮았군요.  구급 대원들이 당신을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구급차로 들것을 실어갑니다. 툭, 떨어진 흉터 가득한 팔을 가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구급 대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구급대원A: 그런데 말이에요, 저기 가드레일 박은 차주랑 너무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구급대원B: 얼굴이 으스러져서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어서 옮기기나 하지.

 

어디선가 초침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째깍, 째깍, 째깍…… 누군가의 생의 시계는 멈춘 지 오래임에도, 당신이 가진 시계만은 미래를 향해 내달립니다. 당신이 아는 목소리가, 아는 얼굴이, 슬픈 표정을 지은 어떤 사람의 말이 당신의 심장께에 머물러 소용돌이 칩니다.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의 시간은 좀처럼 흘러가지를 않아요.

제발 나와 이곳에 남아주세요.

 

그거 알아요?

당신을 보는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염원해도 내가 돌릴 수 있는 초침은 과거로뿐이었어요.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선택받지 못하는 건 갑작스러운 죽음처럼 비참해요.

 

 

그는 무엇을 위해 이 죽음을 택했을까요? 당신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감을 느낍니다. 그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의 손목을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진 것은. 고개를 돌리면 KPC1이 어딘가 불안함을 예견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당신이 떠날 것을 예감한 사람처럼 고개를 내젓습니다. 그가 중얼거립니다.

 

 

구급차가 오고 있어요. 나랑 가요, 탐사자.

 

 

Sand Dream (ft. Revo)

멀리서  번쩍이는 조명을 매단 구급차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KPC1과 눈을 마주칩니다. 어딘가 불안한 눈을 한 KPC1이 당신의 손목을 꽉 부여잡습니다. 당신은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순간이 왔음을 강하게 깨닫습니다.

 

 

시계초침을 돌릴 경우

 

당신은 시계 초침을 돌리기로 마음 먹습니다. 째깍거리던 시계가 멎고, 초침과 분침, 시침이 거꾸로 원을 그립니다. 그제야 당신은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과거로밖에 시계초침을 돌릴 수 없다고 말했던 KPC2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당신의 신발 끝이 맨 바닥에서 조금씩 떠오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주변이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입니다. 당신의 뒤로 주마등처럼 풍경이 스쳐지나갑니다. 손을 잡고 봄꽃을 만끽하는 두 사람, 포옹을 하고, 사진 기사에게 밝게 웃어 보이는 이들, 따뜻한 품을 찾아 그 안으로 파고드는 당신, 행복한 웃음, 늘푸른 초원과 하늘, 영화를 보며 히히덕거리는 둘과 아무렇게나 엉켜 잠들던 두 사람의 모습까지……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며 손을 잡고, 손깍지를 끼고 입을 맞추던 두 사람이 발바닥이 떠오른 풍경 사이사이로 지나갑니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당신과 KPC1의 앞머리를 흩트립니다.  당신의 몸이 조금 더 떠올랐을 때, KPC1이 잡고 있던 손목이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울먹거리는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KPC1이 당신의 손목을 겨우 잡고 중얼거립니다. 아주 서글픈 목소리로.

 

 

가지 마, 가지 마요, 탐사자.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란 흐르는 것. 가지 말라고 손을 뻗어도 손가락 틈 사이사이로 붙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는 것. 모래알처럼 셀 수 없이 많아도 손에 남는 것은 없는 것. 당신은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손목에서부터 미끄러졌던 KPC1이 결국 손을 놓고 고개를 숙입니다. 어쩌면 그는 울고 있을지 모르겠군요.

 

▶ KPC2와 함께하기 위해 KPC2가 있는 과거로 간다 → END 2

▶ KPC2에게 자신을 구하지 말라고 하기 위해 KPC2가 있는 과거로 간다 → END 4

 

 

시계초침을 돌리지 않을 경우

 

당신은 시계 초침을 돌리지 않기로 마음 먹습니다. 째깍거리던 시계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내일을 향해 갑니다. 1초, 2초, 시간이 흐르며 초침과 분침, 시침이 계속해서 원을 그립니다. 그제야 당신은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과거로밖에 시계초침을 돌릴 수 없다고 말했던 KPC2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당신의 감은 눈꺼풀 사이사이로 당신이 그간 보내온 KPC1과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손을 잡고 봄꽃을 만끽하는 두 사람, 포옹을 하고, 사진 기사에게 밝게 웃어 보이는 이들, 따뜻한 품을 찾아 그 안으로 파고드는 당신, 행복한 웃음, 늘푸른 초원과 하늘, 영화를 보며 히히덕거리는 둘과 아무렇게나 엉켜 잠들던 두 사람의 모습까지……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며 손을 잡고, 손깍지를 끼고 입을 맞추던 두 사람……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당신과 KPC1의 앞머리를 흩트립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란 흐르는 것. 되돌리고 싶어 손을 뻗어봐도 손가락 틈 사이사이로 붙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버리고 마는 것. 모래알처럼 셀 수 없이 많아도 손에 남는 것은 없는 것. 당신은 힘을 주어 KPC1의 손을 더 꽉 부여잡습니다. 안심하라는 듯, 당신은 여기에 있다는 듯. 

 

▶ 그대로 시간을 되돌리지 않고 남는다 → END 3

 

 


END 1. 내가 당신에게 갈게

 

 

피에타(PIETA) - Surrender(Inst)+Ending(Inst)

열흘의 연인을 버리고 행복하기를 원했었나요? 하지만 행복을 꿈꾸는 일이 죄는 아니었습니다. 행복한 나날을 누려왔다고 충분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진 속엔 KPC2와 당신이 자리를 잡고 당신이 열흘의 연인에게 사랑을 느꼈던 것처럼 KPC2에게도 당신은 사랑을 느꼈습니다. 불안한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영원히 행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길게 뻗은 도로를 드라이브 하던  중, 어디선가 아주 커다란 경적소리가 들려온 것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휘황찬란한 빛이 당신의 시야를 좀먹고 순간적으로 다급한 표정을 짓던 KPC2가 핸들을 꺾었으나 정면으로 들어오는 자동차를 피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봅니다. 앞뒤로 크게 쏠리는 몸으로, 반대편 중앙선을 넘어 당신과 KPC2가 탄 차를 박은 차주의 얼굴을요. 쿵, 소리와 함께 당신의 시야에 어룽지던 얼굴은 KPC1의 울분에 찬 표정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죽이고 말겠다는 누군가의 의지를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있나요? 당신은 열흘의 연인에게서도, 그 시간을 훨씬 넘어선 미래의 연인에게서도 그런 의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오늘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시야가 암전되는 순간 엄청난 이명이 당신의 귓속을 파고듭니다. 이마에 검붉은 피를 흘린 채 핸들 위에 쓰러진 KPC2가 보였으나 손을 뻗어도 닿지는 않습니다. 망가진 시계만이 째깍거리며 당신의 손목에서만 생의 둘레를 그리며 흘러갈 뿐입니다…… 째깍, 째깍, 째깍…… 

 

KPC 로스트? / PC 생환

 

▶ KPC1은 과거에서 시간을 여행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고 탐사자가 자신이 아닌 KPC2를 택했음을 알게 됩니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KPC1을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END 2. 내가 너에게 갈게 내 손을 잡아

 

 

 Curtain Call

시간이 거꾸로 흐릅니다. 당신은 붕 떠오른 몸으로 몇 번 발을 굴러 봅니다. 중력에 제한되지 않는 가벼운 몸이 필름처럼 스쳐가는 당신의 모든 기억 위를 뛰어넘고, 또 뛰어넘습니다. 당신은 압니다. 어떤 시간을 위해서도 누군가의 희생이 당연시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요. 어디선가 따뜻한 빛이 내려앉으며 당신의 발 위로 내려앉습니다. 그 빛은 치료 받았던 당신의 발 위로 내려앉던 빛과 아주 비슷하군요. 아주 먼 미래의 빛이 오늘의 빛과 같다면, 과거의 KPC든 미래의 KPC든 당신에겐 모두 중요하고 같은 사람일 것입니다. 당신이 구르던 발을 멈추면 당신은 KPC와 함께 살았던 아파트 앞입니다.

당신이 몇 번 초인종을 누르면 다급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KPC2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환하지만 서글프게 웃는 낯으로,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손을 뻗고, 당신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탐사자, 다신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러나 그의 웃는 얼굴을 보세요. 모든 시간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어제의 그의 웃음과 오늘의 그의 웃음이 당신에게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것,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시간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 것. 따스한 햇빛이 당신과 KPC2의 머리 위로 내리쬡니다. 그 어느 날, 푸른 초원에서 사진을 찍었던 어느 봄날처럼, 시계는 비슷한 시간을 만들며 원을 그립니다. 째깍, 째깍, 째깍……

 

 

KPC 생환 / PC 생환

 

 


END 3. 내가 여기에 있을게 내 손을 잡아


♪ 青葉市子 - 雨

 

당신은 시계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그것은 당신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일 것입니다. 구급차에 몸을 실으면 들것에 실린 채 멀어지는 또다른 구급차가 보입니다. KPC1은 당신을 끌어안은 채 어깨에 머리를 기댑니다. KPC의 찢어진 이마 상처 위로, 따스한 햇볕이 내려앉는 것을 가만 바라봅니다. 당신은 몇 번 발을 굴러 봅니다. 당신의 구르는 발에도, 등을 기댄 머리 맡에도 당신이 보낸 시간은 주마등처럼 흘러가지 않으며 그저 당신이 지나쳐 온 과거에만 분명히 남아 있을 뿐일 겁니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습니다. 거꾸로 흘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비록 누군가는 시간의 진리를 버리고 당신을 구했더라도. 당신만큼은 그 진리를 어기지 않기로 합니다.

 

차가 수리되고 우리가 다 나으면, 다시 드라이브를 갈까요.

 

시간은 그저 앞으로 흘러갈 뿐입니다. 시간은 그렇게 탄생했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천천히 손을 뻗어 옆에 있는 당신의 연인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유지한 당신의 손목 시계만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째깍, 째깍, 째깍……

 

 

KPC 생환 / PC 생환

 


END 4의 진행

 

시간이 거꾸로 흐릅니다. 당신은 붕 떠오른 몸으로 몇 번 발을 굴러 봅니다. 중력에 제한되지 않는 가벼운 몸이 필름처럼 스쳐가는 당신의 모든 기억 위를 뛰어넘고, 또 뛰어넘습니다. 당신은 압니다. 어떤 시간을 위해서도 누군가의 희생이 당연시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요. 어디선가 따뜻한 빛이 내려앉으며 당신의 발 위로 내려앉습니다. 그 빛은 치료 받았던 당신의 발 위로 내려앉던 빛과 아주 비슷하군요. 아주 먼 미래의 빛이 오늘의 빛과 같다면, 과거의 KPC든 미래의 KPC든 당신에겐 모두 중요하고 같은 사람일 것입니다. 당신이 구르던 발을 멈추면 당신은 KPC와 함께 살았던 아파트 앞입니다.

당신이 몇 번 초인종을 누르면 다급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KPC2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환하지만 서글프게 웃는 낯으로,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손을 뻗고, 당신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탐사자, 다신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당신, 해야 할 말이 있을 겁니다. 그를 말리기 위해, 자신을 살리지 말라고 하기 위해, 본인을 더 생각하라는 말을 위해 이곳에 왔죠? 그렇다면 KPC2에게 얘기합시다. 대화가 마무리 되었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다시금 초침을 돌릴 수 있습니다.

▶ 해당 부분에서 KPC2와 RP할 수 있습니다. 탐사자는 KPC2에게 자신을 살리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KPC2는 알겠다며 단념할 수도 있고, 그럴 수 없다며 탐사자에게 매달릴 수도 있을 겁니다.

 

 

초침을 다시 돌려 현재로 돌아갈 경우

당신은 다시금 초침을 돌립니다. 그의 애써 웃는 얼굴을 보세요. 그는 일그러지듯 웃고 있습니다. 모든 시간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어제의 그의 웃음과 오늘의 그의 웃음이 당신에게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것,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시간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 것. 따스한 햇빛이 당신과 KPC2의 머리 위로 내리쬡니다. 그 어느 날, 푸른 초원에서 사진을 찍었던 어느 봄날처럼, 시계는 비슷한 시간을 만들며 원을 그립니다. 당신의 몸이 붕 떠오르고 귓가에 초침 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신은 번뜩 정신을 차립니다.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하던 KPC1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 While The World Sleeps

 

영화는 어땠어요, 탐사자? 정말 시간을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시간을 돌렸기 때문에 다시금 RP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KPC1의 성격에 따라 자유롭게 시간여행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이에 경우 KPC는 탐사자가 돌리기 전과 똑같은 대화를 주도하고 그와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 이 경우 탐사자가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하려고 해도 사고는 필연적으로 일어납니다. 

 

 KPC1이 당신의 말에 조금 웃더니 유려하게 운전을 합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말합니다.

 

문득 생각났어요. 탐사자, 당신에게 선물한 시계에 캐치프라이즈요.

캐치프라이즈는 '이 시계의 주인은 모두 시간 여행자가 된다'예요. 믿겨져요?

 

어디선가 아주 커다란 경적소리가 초침 소리를 잡아 먹고 들려오며 휘황찬란한 빛이 당신의 시야를 좀먹습니다. 

 

 

 

END 4. 당신이 없다면 나는 누구의 손을 잡죠?


♪ 文兆杰-「爱神」

탐사자, 어떻게 해서든 정신을 붙잡고 눈을 떠봅니다. 어룽지는 시야 밖으로 당신의 연인이 보입니다. 비록 팔 한쪽이 피로 범벅이 되었지만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언가가 깜빡입니다. 전등인가요? 그날 웨딩로드를 걸었을 때 깜빡였던 플래쉬인가요? 아, 어디선가에서 봄꽃이 흩날리는 것만 같습니다. 당신 앞으로 누군가가 걸어옵니다. 당신은 시선을 들어올립니다.

 

KPC2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손을 뻗어 당신을 끌어안고 피로 얼룩진 당신의 손을 붙잡습니다. 그의 가슴팍에서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지나치게 따뜻한 품과 손이네요. 시야가 깜빡입니다.

 

깜빡, 깜빡, 깜빡……

플래쉬가 터지고,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신은, 웃었던가요? 울었던가요? 

 

 

 

KPC 생환 / PC 로스트

 

 

후기


 

시작은 분명히 재작년에 시작했는데 어째서 이제 끝을 맺었는지 모를 시나리오입니다. 어떤 엔딩이든 가장 최선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엔딩을 만들기 위해 조금 노력하였습니다. 무엇을 선택했든 그래 이것이 가장 나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시간이라는 것도 가장 최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곤 하니까요.

 

라고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탄생한 배경은 제법 웃기긴 합니다. 제 앤오님의 2P 앤캐에 대한 커다란 욕망이 이 시나리오를 만들어냈습니다. 헌정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앤오 ㅈㄴ님과 저의 앤캐에게 이 시나리오를 헌정합니다.

몇몇 대사와 행동 지문들은 헌정 시나리오답게 대표 모델이 있는 관계로 자유롭게 개변이 가능합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시고 최선의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이 시나리오가 탄생할 수 있게 해주신(ㅎㅎ) 앤오님과 앤캐에게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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